홈페이지 사소한 표현에 관한 경쟁 병원의 민원
     2022-04-06 856
 
홈페이지 사소한 표현에 관한 경쟁 병원의 민원

A원장은 최근 관할 보건소로부터 홈페이지와 블로그에 있는 몇 가지 표현에 문제가 있으니 소명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작년에 외국계 의료기기업체에서 받은 감사패 및 인증서 이미지, “최고의 시설” 이라는 표현, 블로그의 치료 전후 사진 등이 문제였는데, 이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자체 심의기준에서 금지하는 광고의 유형이다.

정작 의료법에서는 위와 같은 표현을 금지한다는 명시적인 규정은 없기에, A원장은 힘들게 꾸민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수정하는 것이 억울했지만, 보건소 담당자는 의료광고심의위원회의 심의기준을 언급하며 수정을 요구했다. 하필 그 시점에 사이가 좋지 않던 봉직의가 주변에 개원을 한터라, 제보자가 누구인지 강한 심증도 있었기에 더욱 억울했다.

이에 자문변호사에게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자문을 구해보았지만, 결국에는 보건소의 권고에 따라 문제되는 표현들을 삭제할 수밖에 없었다.

의료광고심의위원회 심의기준에 따라야 하는가

우리 헌법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사전 검열”을 철저하게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광고는 표현의 자유를 통해 보장되는 영역 중의 하나다.

현행 의료광고 사전심의 제도는 이런 원칙하에 민간으로 구성된 위원회에 의해 운영되며 의료인들이 의료법에 반하는 광고를 하지 않도록 자정기능을 하고 있다.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광고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그 기준에 대해서는 법률이 관여하지 않는다. 즉, “의료광고심의기준”은 민간단체에서 만든 것이기에 법적 효력은 없다고 해석된다.

예를 들어, A원장에게 민원이 제기된 “시술 전·후 사진”에 대해 보자면, 의료법에서는 시술 전후사진을 광고에 활용해서는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과거의 의료광고심의기준에서도 “적법한 시술전후 사진의 활용 방법”을 제시했을 뿐, 금지한다는 말은 없었다. 하지만 사전심의가 부활한 이후 일부 민간심의기구에서 치료전후사진은 금지한다는 표현을 심의기준에 명시하기 시작하였다. 즉, 자체 심의기준이 변경된 것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병원의 블로그나 SNS 등에 올라와 있는 전후사진을 보면 보건소에 민원을 접수하고, 공무원들은 기계적으로 소명,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간심의기구가 만든 기준이 마치 법률과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는 자정(自淨)이라는 순기능을 넘어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불합리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생각건대, 민간심의기구가 만든 기준은 “해당 심의기구”에서 “심의 대상”인 광고의 심의기준으로만 활용되어야지, 사전심의 대상이 아닌 매체에까지 절대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원에 대한 대응

일단 어떤 내용이 됐건 보건소에 정식으로 접수된 민원이 있다면 처음부터 철저하게 소명자료를 만들어 답변할 필요가 있고, 병원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홈페이지의 일부 표현 등은 시비의 여지가 없도록 삭제하는 것이 좋다.

다만, 민원처리법은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이 동일한 내용의 민원을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 제출한 경우 2회 이상 그 처리결과를 통지하고 그 후에 접수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종결처리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동법 제23조 제1항). 따라서 부당한 민원이 반복될 경우에는 담당 공무원에게 민원처리법 원칙을 설명해 민원을 종결 처리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의료법에 반한 표현임이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최고의 시설” 등의 표현)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영업정지 등 “처분”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수도 있다. 아주 사소한 문제 때문에 보건소로부터 처분을 받고 소송까지 가는 것은 비효율적이겠지만, 다른 병원에 비해 지나치게 간섭받는다고 판단된다면 과감한 결정을 통해 판례를 만들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와 별개로, 제보자에게 악의가 있다고 생각된다면 무고죄 고소를 검토해 볼 수 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죄이다(형법 156조). 만약 제보자의 제보에 “허위 사실”이 포함되어 있다면, 수사기관에 무고죄로 고소하여 단죄를 받게 하는 것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

일례로, 우리 사무실에서 담당했던 사건 중에 주변 경쟁병원간의 다툼 도중 한쪽 병원의 원장이 경쟁병원의 홈페이지의 위법사항을 지적함과 함께 그 병원의 허위 진단, 환자유인알선 의혹까지 담아 행정기관에 제보하는 사건이 있었다. 결국 피해자 병원은 익명의 제보자를 무고죄로 고소하였고, 수사기관의 조사 끝에 제보자가 경쟁병원 원장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며 제보자가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되었다.

민간심의기구의 자체 심의기준이 워낙에 엄격하다보니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조금씩은 그 기준을 벗어나 홈페이지,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되면 사소한 내용은 수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아주 억울한 상황에서는 시비를 끝까지 가려보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임을 염두에 두자.

출처 : 메디칼타임즈 오승준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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